질샌더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주역 중에 한 명인 루크 마이어(Luke Meier)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1975년 캐나다 밴쿠버, 루크 마이어(Luke Meier)는 영국인 어머니와 스위스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루크는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릿 문화에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루크가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릿 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은 여러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의 이런 배경은 그의 커리어에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저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루크가 이끌고 있는 질샌더가 성숙한 스트릿 느낌을 내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생각합니다.
루크는 공부도 잘했습니다. 루크는 뉴욕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입학하기 전에 워싱턴에 있는 조지타운 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에서 재무를 공부했고, 옥스퍼드 대학교(Oxford University)에서 비즈니스 정책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루크는 진로를 변경해서 뉴욕 FIT에 입학을 했고, 졸업하기 전 피렌체의 패션 학교, 폴리모다(Polimoda)에 6개월 동안 교환학생으로 떠났습니다. 루크는 폴리모다에서 재봉을 배웠습니다. 이때 루크 마이어의 영혼의 단짝이자, 미래의 부인인 루시 마이어(Lucie Meier)를 만나게 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둘은 현재 부부입니다.
<잠깐 딴 길 : 루시 마이어(Lucie Meier)에 대해>
스위스 태생인 루시 마이어는 오스트리아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루시는 폴리모다에서 패션 마케팅을 공부했습니다. 폴리모다를 졸업한 이후, 루시 마이어는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했고, 루이비통과 발렌시아가에서 일하다가 라스 시몬스(Raf Simons)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가 디올(Christian Dior)을 이끌던 시기에, 세르주 후피외(Serge Ruffieux)와 함께 임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차근차근 눈부신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슈프림의 설립자인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를 우연히 만난 루크는 결국 슈프림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어 8년 동안 슈프림을 이끌었습니다. 그 후 2013년에는 OAMC를 공동 설립하였고, 현재도 OAM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남아 있습니다. 루크 마이어의 OAMC는 2014년 SS 파리 패션 위크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2018년에는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그럼 루크는 언제부터 질샌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을까요? 질샌더는 2001년 브랜드의 창립자인 질샌더가 처음으로 본인의 브랜드를 떠난 이후 여러 번 크리에티브 디렉터가 바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로돌포 팔리아룽가(Rodolfo Paglialunga)가 3년 동안 질샌더를 이끌고 난 뒤, 2017년부터 지금까지 루크와 루시는 질샌더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 질샌더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질샌더는 루시와 루크에 의해 여성스럽고 깔끔한 스타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루크와 루이스는 2018년 SS 패션쇼에서 질 샌더(Jil Sander)의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창립자의 시그니처 미학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이고 신선한 터치로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널리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현재 4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Browns, Net-a-Porter 및 MatchesFashion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도 입점해 있습니다. 현재는 밀라노에 기반을 둔 하우스에서 둘 다 여성복, 남성복 및 액세서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루시 마이어: "누구보다도 어머니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어요. 다양한 장소를 여행하거나 현지에 거주하면서 문화를 체험한 일도 도움이 됐고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제 남편 루크를 이길 순 없죠."
루크 마이어: "음악과 스케이트보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군요. 이 두 가지에 담긴 철학도 한몫했을 거예요. 개성을 유지하며 새롭고 즐거운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태도 역시 중요하지요. 다양한 곳에서 살아본 경험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색다른 스타일과 아이디어, 표현 방식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특히 뉴욕에 왔을 때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주로 타인과 타인이 지닌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어떤 식으로 교감해야 사람들의 가장 깊숙한 내면을 알 수 있을지 늘 고민 중이에요. 물론 루시를 빼놓을 수 없지요. 아주 오래전부터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사람이랍니다."
Q : 디자이너 질 샌더를 존경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루시 마이어: "실루엣과 소재 그리고 품질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라고나 할까요."
루크 마이어: "일관성 있는 태도와 유례없는 디자인을 꼽고 싶네요."
Q : 개인적으로 두 분이 디자인한 옷을 즐겨 입는데요.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기대하는 것이 있나요?
루시 마이어: "사람과 디자인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요. 스타일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입는 사람의 관점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루크 마이어: "저희가 만든 옷을 입을 때 강인함과 자신감을 느끼는 것, 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 작업 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알려주세요.
루크 마이어: "감동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동시에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합니다."
루시 마이어: "덧붙이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순간에 생생함을 더해주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 우리 모두 빈 응용예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데요, 두 분이 패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일까요?
루시 마이어: "예전부터 저명한 대학의 패션 학부를 이끄는 일을 늘 꿈꿨어요. 아직 업계의 현실을 마주하지 않은, 초롱초롱한 눈빛과 패션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학생들과 교감하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죠. 언젠가는 강단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패션 마케팅을 먼저 공부하다가 디자인의 발생지와도 같은 파리에서 전문적인 디자인을 배웠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패션 교육에 흥미가 커요. 당시에 배운 전문 지식들은 지금도 제 자부심이랍니다."
루크 마이어: "패션 스쿨에 다니던 시절은 무척 즐거웠죠.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고요. 저희 둘 다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운 좋게 누렸어요. 실제로 이는 패션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루크와 루시 마이어의 스타일 :
루크 마이어는 2022년 3월 현재 공개된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없습니다. 루시 마이어만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스타에 진심이었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와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와 달리 인스타를 운영하지 않는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루크 마이어는 일단 옷을 잘 입습니다. 위에서 나온 사진만 봐도 개쩔게 잘 입는게 느껴지시죠? 저는 개인적으로 루크가 컨버스, 반스, 나이키를 기가 막히게 활용한다는게 흥미롭습니다. 원단, 핏, 색감으로 원하는 실루엣을 만들고, 헤리티지 있는 신발을 활용해 재미있게 본인의 색깔을 녹여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치스패션과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루크와 루시는 패션과 우리의 삶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루크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강인함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요. 이 점도 저에게도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질샌더 뿐만 아니라 어떤 옷을 입던지 강인함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면, 루크 마이어가 지향하는 것을 알아서 잘 찾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저는 루크 마이어 때문에 질샌더를 좋아합니다.